`개발만 하면 끝` 로봇 R&D 손 본다…컷다운제 도입

정부가 로봇 연구개발(R&D) ‘컷다운제’를 도입한다.

컷다운제는 R&D사업 중간점검 후 기준에 미달하면 중단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정부 R&D사업에 컷다운제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로봇 R&D과제 상용화 여부와 기술이전 계획을 중심으로 중간 평가를 단행한다. 그동안 개발을 끝내도 실용화가 미진했던 로봇 R&D사업이 일대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원장 성시헌)은 올해부터 로봇 분야 R&D과제에 ‘컷다운제’를 도입한다고 7일 밝혔다. 과제 진행 중간 단계에서 기술성과 시장성, 상용화·기술이전 계획을 평가해 미진하면 탈락시키는 것이 골자다. 3개년 이상 추진되는 과제 대상으로 2차연도 중간 점검 시에 1회 실시한다. 제도 시행 전 시작된 과제에도 소급 적용한다.

과제 수행기관은 자체평가서에 기술이전 항목과 기술이전 노력을 기입해 제출한다. 혁신제품형 과제 수행기관은 사업화 계획과 효과를 추가로 내야 한다. 원천기술형 과제 수행기관은 기술 진보성, 기술 중요도, 기술 성숙도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공통지표와 유형별 지표를 합하면 총 7가지 지표다. 로봇 PD는 이들 지표를 평가해 R&D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 공통지표인 기술이전 항목과 기술이전 노력을 중점 평가한다. 이전 기술 구체성과 완성도를 평가한다. 기술을 이전받을 수요처와 사전 협의 여부도 평가에 반영한다.

평가 공정성을 위해 별도 전문가위원회를 로봇PD 자문기구로 상시 운영한다. 컷다운(조기 탈락) 후보로 꼽힌 과제는 특별평가위원회에 올린다. 평가위에서 최종적으로 중단이 결정되면 R&D 지원을 끊는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한 것은 지금까지 로봇 R&D가 공급자 중심 개발에 치중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개발만 하고 끝나는’ 관행 때문에 사업화 성과가 부족하고 핵심 기반 기술이 취약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현안보고서에서 로봇산업 감응도계수가 84개 산업 중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감응도계수는 해당 산업의 전방 수요산업 연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2013년 기준 로봇산업 감응도계수는 산업용 로봇 79위, 기타 로봇 78위에 머물렀다.

산기평 조사결과 제조 로봇을 제외한 의료·사회안전 등 전문 서비스로봇 사업화 성과가 부진했다. 2013년까지 로봇산업융합핵심기술개발 사업 성과를 보면 제조 분야는 R&D투자 대비 27.4배 매출이 발생했으나 의료로봇은 사업화 성과가 0.03배에 불과했다.

박현섭 산기평 로봇PD는 “로봇은 다른 분야보다도 전방 수요 산업 연계 효과가 중요하고 시장 변화가 빠르지만 상용화 고려가 부족했다”며 “올해 컷다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전방 산업 파급 효과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도별 로봇산업 감응도계수(자료:국회 입법조사처>


연도별 로봇산업 감응도계수(자료:국회 입법조사처

<로봇산업융합핵심기술개발 사업 2013년까지 종료과제 사업화 성과(자료:산기평)>


로봇산업융합핵심기술개발 사업 2013년까지 종료과제 사업화 성과(자료:산기평)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